아이아이아의 밤은
여전히 꿈결 같았다.
오딧세우스는
정원의 미궁을 지나고 있었다.
그 길 위엔,
말해지지 않은 문장들이
숨결처럼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키르케는
그의 앞을 걷고 있었다.
그녀의 손엔
실처럼 가느다란 빛이
감겨 있었고,
그 빛은 마치
살아 있는 말의 잔향 같았다.
“이제 당신의 언어를
풀어야 할 시간이에요.”
오딧세우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머릿속엔 오래도록
반복되던 말들이 떠올랐다.
“나는 항상 책임져야 한다.”
“나는 감정을 들키면 약해진다.”
“나는 판단을 미루면 실패할 것이다.”
그 말들은 자기 안의 공간을
점령한 문장들이었고,
그 문장들은 그를 지배하는
무의식의 리듬이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반응처럼 튀어나오던 말들.
그의 감정, 행동, 사고 루프를
지배하던 프레임.
키르케는 말했다.
“당신의 말은
당신의 리듬이에요.
그 말이 반복될수록,
구조는 굳어지고,
당신의 존재는
하나의 궤도에만 갇히게 돼요.”
그녀는 손에서 감긴 빛을
천천히 풀었다.
그 빛은 실처럼 움직이다가,
오딧세우스 앞에 펼쳐졌다.
그 실은 매듭마다
감정의 색을 머금고 있었고,
그 꼬임은 문장이 지나간 자리처럼
작은 진동을 흘리고 있었다.
“이건 당신의 자기 언어 루프예요."
"이 실을 풀면,
새로운 리듬이 생기고,
그 리듬은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오딧세우스는 손을 뻗었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망설임 없이
그 실의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 느낌이 생소했지만,
곧 그는 손끝에 감긴 파동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건 악보처럼,
감정의 미세한 떨림을 따라
풀려 나오는 리듬 같았다.
그의 안에서
하나의 문장이 떠올랐다.
“나는 그저 말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내 말이 지금
내 안의 어딘가를 울리고 있다.”
그 말은 이상하리만치
몸 전체에 퍼지는 평온을 안겼다.
그것은 이전의 방어적 문장들과는
다른 파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말은 몸 전체에 퍼지는 울림이었으며,
그의 말이 그의 몸 안에 내재된
리듬과 일치하고 있었다.
“이제 당신은,
말이 어디에서 태어나는지를
알게 되었어요."
키르케는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리듬이
당신의 말이 되고,
그 말은 다시 당신의 세계를
흔들게 되겠죠.”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울림이
잠시 멈췄다.
공기가 한 존재의 호흡처럼
잠시 정지했고,
그 정적 속에서
새로운 리듬이 일어났다.
오딧세우스는 깨달았다.
그의 말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었다.
그건 내면으로 통과하는 문이었다.
그 문장은 자신의 구조를
뚫고 나가는 주파수였고,
언젠가는 바깥 세계를 조율하는
악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말은 울림이 되고,
그 울림은 형태를 지니며,
형태는 리듬이 되어,
그 리듬이
또 다른 세계를
설계할 힘이 될 것이다.
키르케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당신이 애타게 기다려 온 말이,
당신 안에서 울리고 있어요.
이제 그 말을 따라
언령의 숲으로 들어오세요.
INTO THE 3RD HO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