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아이아는 살아 있었다.
그 대기는 숨을 쉬고 있었고,
그 진동은 마치 거대한 존재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들은 행성을 관찰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행성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곳의 생명체들은
이상할 정도로 낯이 익었다.
마처음 보는 생물들인데도 불구하고
뇌리 어딘가에는 이미 이들을 본 감각이 저장되어 있었다.
기억 속 어둠에서 느리게 흘러나오는 냄새 같은 감각.
오딧세우스는 느꼈다.
이 모든 것들이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의식의 파동이었다.
정확히는,
누군가가 이 모든 걸 꿈으로 설계했고,
그 꿈이 지금, 그의 의식을 통과해
자신에게 돌아오라 - 고 부르고 있었다.
탐사대를 이끌고 착륙한 그는,
수정으로 지어진 듯한
궁전 같은 구조물 앞에 섰다.
궁전은 기하학적인 골조 위에서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미세하게 숨을 쉬었다.
지구 고대의 숲처럼 보이는 주변 생태계는
역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또한 자신이 숲속을 통과하고 있는게 아니라
숲이 자기 의식을 통과하고 있다고 느꼈다.
문이 열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붉은 머리카락,
짙은 녹푸른빛 눈,
꿈에서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녀는 빛으로 짜인 옷을 입고 있었다.
그것은 옷이라기보다,
숨결과 감정에 반응하는
하나의 의식 필터 같았다.
그녀가 눈을 깜박이면 옷이 흔들렸고
그녀의 숨이 바뀌면 패턴이 전환되었다.
"환영합니다,
오딧세우스 선장님.
제 이름은 키르케입니다."
오딧세우스는 놀라지 않았다.
아니, 놀랐지만
동시에 그 놀람조차
꿈에서 계속 그녀를 만나 왔던
그에게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답을 확신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십니까?"
키르케는 웃었다.
"당신이 오리라는 것을
꿈에서 보았어요.
저는 꿈을 통해 많은 것을 봅니다."
"당신이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겁니까?"
"네. 필요했거든요."
"이 행성은 특별해요.
'꿈의 행성'이라고도 불리죠.
이곳의 물질은
의식과 상호작용해서
현실을 변형시킬 수 있어요.
저는 이곳의 수호자입니다."
오딧세우스는 놀라지 않았다.
아니, 놀랐지만
동시에 그 놀람조차
꿈에서 계속 그녀를 만나 왔던
그에게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답을 확신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십니까?"
키르케는 웃었다.
"당신이 오리라는 것을
꿈에서 보았어요.
저는 꿈을 통해 많은 것을 봅니다."
"당신이 우리를 이곳으로 부른 겁니까?"
"네. 필요했거든요."
"이 행성은 특별해요.
'꿈의 행성'이라고도 불리죠.
이곳의 물질은
의식과 상호작용해서
현실을 변형시킬 수 있어요.
저는 이곳의 수호자입니다."
그녀는 오딧세우스와 탐사대를
궁전 안으로 이끌었다.
그곳에는 이상하리만치
익숙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구의 그것과 유사하지만
훨씬 더 강렬한 풍미를 가진 음식.
촉각을 미세하게 자극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주는 공기.
공기 중에서 말이 아닌 방식으로
감각을 건드리는 무언가.
식사를 하던 도중,
에우릴로쿠스가 손을 멈췄다.
"선장님, 이 음식에 뭔가 있습니다.
감각이... 뭔가...
여기 알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요."
키르케는 잔을 들고 웃었다.
"걱정 마세요.
아이아이아의 선물이에요.
이건 여러분의 의식을 깨어나게 할 뿐이에요."
그러나 그 순간,
에우릴로쿠스와 몇몇 대원의 피부에
변형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서 인간의 결이 사라졌다.
무언가가 안쪽에서 깨어나,
겉으로 스며나오기 시작했다.
오딧세우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칼을 꺼내며 소리쳤다.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키르케는 그의 칼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그들의 내면에 있던 것을
끌어올린 것뿐이에요."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야수,
당신들의 의식 구조를 고려하면
괴물이라 해도 좋겠네요.
모두의 안에는 괴물이 있습니다."
"이 행성은 그걸 숨기지 않아요.
단지 보여줄 뿐이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행성의 진동과 동기화된 것처럼
그를 크게 울렸다.
“당신의 내면에는
무엇이 있나요, 오딧세우스?
당신은, 당신을 무엇이라고 말할 건가요?”
오딧세우스는 말이 없었다.
그의 칼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고,
그의 눈은 키르케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외부가 아닌
자기 안의 구조를 더듬고 있었다.
현실은 점점 멀어졌고,
시선은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더듬었다.
그는 지금—
무언가를 감지하려 하고 있었다.
말로는 붙잡히지 않는,
자기 안의 어떤 리듬을.
그 순간, 자기 안에서 질문 하나가 울렸다.
‘나는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는가?’
그리고 곧, 그 질문은
또 하나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그 시선은… 누구의 것이지?’
그리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조차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건가?’
키르케는 그가 무너진 리듬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그녀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마침내 말을 꺼냈다.
"이 섬은…
오래 전부터 중심을 잃었어요."
그녀의 목소리 안에는
더 이상 확신과 자신감이 배어 있지 않았다.
그건 마치 자기 고백에 가까웠다.
"이곳은 본래 리듬만으로
작동하던 행성이었어요.
언령이 되기 전의 감각,
말로 되기 이전의 꿈.
모든 존재가 진동으로 울고 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리듬을 잡아줄 포커스—
중심이 사라졌어요.
그 중심이 사라지자,
모든 감각은 울리지 못하고
뒤얽히기 시작했죠.
이 행성의 질서는 무너졌고,
말은 방향을 잃었어요."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은 깊고, 맑고, 결연했다.
"그래서 당신을 불렀어요, 오딧세우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말은
그에게 '이해'가 아니라,
'울림'으로 다가왔다.
"당신은 말의 구조를
짤 수 있는 사람이에요.
무의미, 무질서한 리듬들을
하나의 말로 묶어내는 힘을 가졌어요.
나는 이 섬의 언령을 지키는 수호자이지만,
이제 그 말들을 다시 울릴 수 있도록
‘말과 정신의 구조’가 필요해요."
"이 섬을 다시 울릴 수 있도록,
나와 함께 이 언령의 숲을,
다시 ‘질서를 가진 세계’로
만들어 줄 수 있겠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오딧세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조금 전과는 달랐다.
그의 눈은 흐릿한 감각에서 벗어나
명확한 의도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안에서
새로운 펄스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그 펄스는 지고의 이성,
로고스의 씨앗이었다.
당신이 지금 느낀 이 감각은
당신이 가진 언어의 궤도를 벗어나는 첫 진동입니다.
이제, 새로운 궤도를 설계할 시간입니다.
INTO THE 3RD HOLE